지난 5월 건설교통부가 경기도 김포시와 파주시 일대를 신도시 건설 예정지역으로 지정하면서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김포시는 세계적으로 4000여마리 밖에 남지 않은 재두루미를 비롯,흑두루미,개리 등 희귀 철새들의 서식·경유지로 김포 일대가 신도시로 개발될 경우 철새들이 갈 곳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김포지역은 철새들의 낙원=백로가 유유히 날고 있는 9월의 경기도 김포 들녘에는 고개숙인 벼이삭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김포는 한강 건너편에 북한을 마주보고 있는 접경지역이다. 또 강화도와 인접해 있어 휴일을 즐기려 강화로 빠져나가는 도시민들의 이동로로 여겨져 왔다. 최근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추세지만 김포는 수십년동안 도시민들이 불러일으킨 개발열풍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특히 서해안의 바닷물과 한강의 민물이 뒤섞이는 자연환경은 생태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포지역 한강하구엔 황복,참게,뱀장어 등 수십 종의 수서 생물이 서식해 풍부한 먹이사슬을 형성하며 다양한 생물종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녹색연합 연안보전위원 이기섭 박사가 2000년부터 2년동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포지역에서 수리부엉이,참매 등 10여종의 천연기념물이 발견됐으며 세계적으로 희귀한 저어새,재두루미 등이 겨울을 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포지역은 시베리아에서 한반도·일본열도로 이동하는 두루미,기러기 류 등 철새들의 주요 이동로이다. 신도시예정지역인 양촌면 일대는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203호),개리(325호)의 도래지로 알려져있다.
김포지역에서 10여년동안 조류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조류보호협회 윤순영(51) 김포지부장은 “김포 최북단 유도에는 세계적으로 500여마리 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가,운양동 일대엔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가 살고 있다”며 “희귀철새들이 해마다 날아드는 김포시 전체가 철새 도래지”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생태계가 유지되는 도시 하나쯤은 서울 근교에 남아있어야하지 않느냐”며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없는 방식으로 개발을 계속한다면 결국 사람도 잘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6년 신도시 개발계획 확정=건교부는 지난 5월 주택가격의 안정을 위해 김포시 운양동,장기동,양촌면 일대 480만평을 신도시 예정지구로 지정해 주택 2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건교부는 오는 10월 김포시 일대를 신도시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고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친 뒤 내년 말까지 개발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2005년부터는 토지 보상을 실시하고 2006년 신도시 개발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이에 앞서 건교부는 김포의 교통난을 줄이기위한 도로를 착공했다.풍곡리에서 운양동까지를 연결하는 폭 40여m의 이 고가도로는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몰려드는 홍도평야를 가로지르도록 설계됐다. 또 김포와 일산을 연결하는 일산대교를 놓아 교통량을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단체 신도시건설 반대운동 추진=50여개의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단체들은 김포보전공동대책위를 구성해 김포신도시건설 반대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신도시예정지구 일대가 철새의 서식,휴식,번식지로서 보전가치가 높다고 주장한다. 신도시 예정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재두루미와 두루미의 이동로상에 위치하고 기러기류의 도래지로선 국내 최대규모로 알려졌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일산대교가 건설되면 환경이 급격하게 변해 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서왕진 사무처장은 “서울에서 12㎞ 떨어진 김포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은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겠다는 정부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일이며 김포지역이 갖고 있는 생태적인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사전환경성 평가 단계에서 김포신도시의 입지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해 신도시건설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김포신도시반대 양촌투쟁위원회 정광영(62)위원장은 “신도시가 들어설 경우 해당지역 주민의 70%가 넘는 60세 이상 노인들이 농토를 잃어 생계를 꾸려갈 수 없게 된다”며 “대부분의 농민들이 소작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토지 수용에 대한 보상을 한다해도 땅을 일구던 농민들은 결국 생산수단을 빼앗기는 결과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건교부 김동호 사무관은 “건교부로서는 예정대로 신도시개발을 할 방침”이라며 “다만 환경문제가 논란이 된다면 개발계획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보전하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혀 김포신도시 건설을 둘러싼 환경보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선정수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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